폰트를 함께 만들어 보실래요?
[꽃길]은 한글 서간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본문용 세로쓰기 활자체입니다. 조선시대 편지글에서 볼 수 있는 글씨체를 바탕으로 하되, 1900년대 초반의 한성체와 박경서체의 특징을 반영하여 개발하였습니다. 꽃길 Text는 10pt, Subhead은 21pt, Display는 42pt를 기준으로 공간을 조절하였으며, 글자 크기 변화에 맞춰서 글자의 균형과 비례를 시각적으로 조정합니다.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폰트를 함께 만들어 보실래요? 프로젝트는 [꽃길] 서체를 참고하여 새로운 폰트를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제가 최근에 유통한 세로쓰기용 폰트 [꽃길]의 데이터를 후원자에게 제공하고, 후원자는 [꽃길]을 이용해서 새로운 활자체를 개발합니다. 단, 후원자는 만든 폰트를 소개할 때, [꽃길]을 바탕으로 만들었음을 밝히면 됩니다.
글자꼴 유사성 시비를 줄일 수 있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동안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좋은 폰트 제작 프로젝트가 많이 올라왔지만, 반대로 유사성 시비도 있었습니다. 유사성 시비는 폰트 업계에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계속 발생하여, 2025년 12월 말, (사)한국폰트협회에 글자꼴 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되었습니다. 현재 분쟁조정위원회가 유사성 심의 방법과 절차를 마련 중입니다. 저도 분쟁조정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글자꼴 유사성 문제는 좀 복잡합니다. 기본적으로 활자는 그중에서도 본문용 활자는 가독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활자디자이너들이 나름 새롭게, 기존과 다르게 그리려고 하지만, 지금 널리 쓰는 글자꼴과 크게 달라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언뜻 보면 모두 비슷합니다. 이때, 글자꼴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없고, 기존의 글자체와 얼마나 달라야 하는지 정해진 규칙도 없다 보니, 사람마다, 심지어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서 글자체의 유사성 판단 결과가 다릅니다. 정말 어려운 상황입니다.
[꽃길] 포스터
세명의 디자이너들이 [꽃길] 서체를 사용해서 포스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저는 이번 프로젝트에 두 가지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첫째, 더 많은 세로쓰기용 한글 폰트가 만들어지는 것.
둘째, 글자체 유사성 시비가 사라지는 것.
건강한 활자체 개발 문화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입니다.
세로쓰기가 계속 사람들에게 주목받는다면, 첫째 목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한글 폰트 분야에 있어 온 유사성 시비를 보면, 시간이 지난다고 둘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글자체 유사성 시비가 끊이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새로운 세로쓰기용 폰트를 제작하는 사람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으로 글자꼴을 보호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는, 1~2년 동안 애써서 개발한 활자체를 다른 사람이 4~5개월 만에 비슷하게 만들어서 판매해도, 억울하지만,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애써 만들어 놓은 활자체를 가리키며, 본래 한글은 그렇게 생긴 것이고, 자신도 그렇게 그렸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일을 당하면 경제적 손해뿐만 아니라, 좌절감을 이겨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 막 다양한 세로쓰기용 한글 폰트가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이 글자체 유사성에 대해 논의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웹사이트를 개발할 예정이며, 사이트가 열린 뒤에 후원자가 [꽃길]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글자체의 아이디어를 올려, 대중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서 글자체의 유사 범위에 대해서 다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걱정하는 부분과 보완 방법
좀 엉뚱하고, 낯선 방식을 시도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오용이나 왜곡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이미 발표한 [꽃길]과 유사성 시비가 발생하는 상황을 가장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지금 단계에서는 일부 조건과 제한을 두고 진행합니다. 이 조건들은 참여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실험이 제 의도와 다르게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참여자가 지켜야 할 약속은 아래 “프로젝트 참여 조건”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과정과 결과를 함께 만들어가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글자체의 유사성에 대해서 고민했던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로쓰기용 폰트를 만들어 보지 않은 분들도 참여하여, 새로운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프로젝트 참여 조건
- 후원자는 자신이 만든 글자체를 소개할 때, [꽃길]을 원전으로 제작했음을 밝혀야 합니다.
- 후원자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웹사이트에 본인 이름 또는 활동명으로, 자신의 글자체 아이디어를 등록해야 합니다.
- 후원자가 올린 글자체와 [꽃길] 사이에, 유사성에 대한 이견이 있을 땐, 한국폰트협회의 글자체분쟁조정위원회의 자문받아 판단하며, 차이가 모호하다면 조금 더 차이 나도록 디자인을 조정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조언해 드립니다.
- 후원자가 제작한 폰트는 유료로 유통해야 합니다. (저는 무료 폰트가 시장을 교란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하나의 원전에서 갈라진 폰트라서, 하나라도 무료로 배포되면 다른 유료로 유통되는 폰트에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 학습용을 후원하신 분은 유통하시면 안 됩니다. (학습용을 후원하신 분이 폰트를 유통하려면, 27만원을 추가로 지급하셔야 합니다)
혹시나 궁금하실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 완성된 결과를 전제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작은 시도나 실험적인 접근도 이 프로젝트에 포함됩니다.
- 후원자가 만드는 폰트는 오롯이 후원자의 재산입니다.
- 세로쓰기용 [꽃길]을 바탕으로도, 가로쓰기용 활자를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무게중심을 잘 옮기고, 글자 비율을 조정하면 됩니다.
